
■ 책 소개
“폴리, 애니, 엘리자베스, 케이트, 메리 제인”
세계적인 ‘스타’ 살인마에 가려져
이름 외에는 전부 거짓으로 남은 다섯 희생자의 진실
‘잭 더 리퍼’라는 살인자에게 희생됐던 이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논픽션이다. 살인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재해석되며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반면, 그에게 살해당한 다섯 명의 여자는 오로지 ‘매춘부들’로 불렸고 자극적인 ‘시신’의 모습으로 박제되었다. 가해자가 영웅시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 있는 여자로 낙인찍히는 현상은 19세기 영국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하다. 그 근간에는 시대도 국경도 가뿐히 초월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 저술가이자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19세기 런던 화이트채플 살인 사건에서 의도적으로 지워졌던 사회적 맥락과 차별의 문제를 파헤친다. 이미 지나치게 유명한 살인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희생자들이 목숨과 함께 빼앗긴 존엄성을 이제라도 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가능한 모든 자료를 검토해 희생자 다섯 명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저마다 다른 한 걸음 한 걸음을 간절하고도 냉철하게 되살려낸다.
■ 추천사
“이 다섯 명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이런 책을 기다려 왔다. 이건 잭 더 리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화이트채플에 숨어 살던 비겁한 살인마의 기록이 아니다. 이 책은 “삶을 제대로 살 기회,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 노력했던 다섯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이름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삶이 있었다. 그들이 꿈꾸던 일상은 지금 우리의 시간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애쓰고, 견디며,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고, 다음 날을 기대하며 잠드는 밤. 그 밤은 선물이어야만 했다. 그 선물을 꿈꾸던 사람들. 이제 잭 더 리퍼 대신, 이 다섯 명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_강화길(소설가)
“지적 자극과 윤리적 반성, 읽는 재미를 모두 잡은 대단한 책”
아무도 잭 더 리퍼가 누군지 몰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잭 더 리퍼는 더 유명해졌다. … 희생자의 심정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이렇게까지 잔인한 방식으로 희생자들이 완전히 잊혔을까. 이들이 ‘매춘부’라고 공표되었기 때문이다. … 이 책의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살인범의 이야기가 만들어 낸 불쾌한 매혹으로부터 독자를 구해 낸다. 지적 자극과 윤리적 반성, 그리고 읽는 재미를 모두 잡은 대단한 책이다.
_권김현영(『여자들의 사회』 저자, 여성학 연구자)
■출판사 리뷰
“이 책은 그들을 추모하는 책이다. 나머지를 꾸짖는 책이다.
이 책이 쓰이기까지 130년이 걸린 이유가 무엇이었느냐고.” _《가디언》
인류 역사상 ‘잭 더 리퍼’만큼 유명해진 범죄자는 없다. 사건이 발생한 지 13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이름을 포함해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 이 실체 없는 살인자는, 그래서 오히려 점점 더 유명해지기만 했다. 그의 ‘애칭’은 연쇄살인범의 대표명사처럼 쓰이고, 그의 살인은 소설, 영화, 음악, 음악극, 드라마, 만화, 미술, 게임 등 수많은 작품의 소재로 사랑받았으며, 현재까지도 화이트채플의 살인 현장을 기념하며 돌아보는 ‘잭 더 리퍼 투어’ 상품이 에어비앤비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불행히도 이것은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888년 런던, 그땐 낭만이 있었다”라는 홍보 문구를 내건 라이선스 뮤지컬 〈잭 더 리퍼〉가 2022년 초 한국에서 초호화 캐스팅으로 다시 한번 절찬리 상연 중이다. 어느덧 끔찍한 사건 자체는 무뎌지고 우리는 그의 존재를 인간성의 어둠과 컬트의 상징 정도로 느끼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130여 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살인자가 아닌 희생자에게 초점을 맞춘 책이 처음 출간되었다.
메리 앤 ‘폴리’ 니컬스, 애니 채프먼, 엘리자베스 스트라이드, 캐서린(케이트) 에도스, 메리 제인 켈리. 이른바 잭 더 리퍼의 “대표 희생자 5인(the canonical five)”으로 불리는 다섯 사람에 관해 알려진 것은 이들이 전부 ‘매춘부’였으며 시신이 잔혹하게 훼손되어 살해당했다는 사실뿐이다. 저자는 희생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철저한 자료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집요하게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이 놀라운 대추적극에서 발견되는 진실은 살인마의 정체가 아니며, 예상대로 희생자들이 모두 성매매 여성이었다/아니었다는 단정도 아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대부분 미디어와 대중이 일삼아 왔던 것처럼 살인자의 정체를 부풀리거나 그에게 열광하는 대신, 최선의 근거와 합리적인 추정에 기대 희생자들의 삶을 복원하며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과 똑같이 누군가의 자식으로, 형제로 태어나 누군가의 친구로, 연인으로, 배우자로, 한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던 이 여자들이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거리에서 홀로 처참한 최후를 맞아야만 했는지 아느냐고. 그 배후에 있었던 것은 ‘미치광이 영웅 살인마’ 한 명이 아니라 당시 빈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가부장제의 사회구조, 그리고 세기를 넘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여성혐오의 문화, 그 모든 것이라고.
화려한 빅토리아 시대 이면에 도사린 빈민들의 생활상과
그 응축된 결과물, 잭 더 리퍼의 등장
단행본만 해도 200여 권에 달하는 이 책의 참고 문헌 수가 말해 주듯이, 이 희대의 살인 사건과 시대 배경에 관한 자료는 사실 매우 풍부한 편이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대영제국이 역사상 최고의 번영을 누렸던 전성기로 회자되는 만큼 끊임없이 미화되어 온 반면, 한편으로는 마치 시대와 뚝 떨어져 지옥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잭 더 리퍼’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졌다. 즉, 양쪽 다 너무도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빅토리아 시대와 잭 더 리퍼는 거의 연결되지 않았다. 빅토리아 왕의 주치의가 잭 더 리퍼였다는 둥의 괴담이나 돌았을 뿐이다. 이는 사건이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개인적 비극으로 축소되고
수상 및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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